북한, 군민일치는 만병 통치약인가
분류없음 2008/02/13 18:35북한, ‘군민일치’는 만병 통치약인가
북한은 지난 1.1 당∙군∙청년 3개 신문 공동사설을 발표하여 전년도 업적을 평가하고 신년도 중점 과업을 제시하면서 군사부문에서는 ‘군사 중시’, ‘강성대국 건설’을 강조하는 가운데 “군대와 인민의 사상과 투쟁기풍의 일치를 실현하고 원민(援民), 원군(援軍) 기풍을 발휘하여 선군(先軍) 조선의 자랑인 군민단결을 철통같이 다져 나가야 한다.”고 독려하였다.
그런데 금년 공동사설에서 군민일치(軍民一致) 언급은 예년과는 약간 다른 뉘앙스가 풍기고 있다. 종래에는 “인민은 원군을 하고 군대는 원민을 하는...” 식으로 주민들의 군대지원을 앞세웠으나 이번에는 “군대의 인민 지원”(원민)을 먼저 언급함으로서 북한 당국의 시책에 미세한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 주목된다.
원래 북한의 ‘군민일치’ 운동은 중국의 모택동이 주창한 ‘군정(軍政), 군민(軍民), 관병(官兵)일치’ 등 인민해방군 3대 기본원칙의 하나인 ‘군민일치’ 사상을 그 연원으로 하고 있으며 북한은 정권수립 이래 내부결속을 위한 정치적 슬로건으로 적극 활용하여 왔다.
특히 김정일이 최고사령관에 취임(91.12)하고 개정 헌법(92.4)에 “국가는 군민일치의 고상한 전통적 미풍을 높이 발양하도록 한다.” 라고 명시(61조)하여 사회통합 및 통치이념화하고 방송, 신문, 집회 등을 통해 전사회적 대중운동으로 전개하여 오고 있다.
‘원군’ 즉 주민들의 군대 지원품목은 주∙부식 등이 대부분이며 필기구, 세면도구 등 각종 생필품이 포함되고 있다. 이외에도 각 기관∙단체별로 트럭 등 군 장비를 비롯, 병영시설 등 각종 공사에 필요한 자재∙설비도 '헌납'하고 있다.
군대의 주민지원(원민)으로는 모내기 추수 등 농번기 때 지역 주둔 군부대가 ‘농촌 일손 돕기운동’을 벌리고 농기구 등 영농자재와 거름을 지원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도로, 교량을 건설해주고 ‘군민도로’, ‘군민다리’로 명명하여 ‘군민일치 모범사례’로 선전에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북한의 군민일치운동은 초기에는 군∙민 일체감 조성과 함께 체제결속에 일조하였으나 90년대 중반 이래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주민들은 “우리 먹을 것도 없는데 군대 지원만 강요 한다”고 불평하면서도 ‘안 바치면 반동’이라는 강요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하는 등 군민일치가 “군대와 친하면 식량만 빼 앗긴다”고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형편은 군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모내기∙추수 등을 비롯 도로 건설∙보수 등 대민지원을 위한 각종 노력동원이 증대되고 있어 군인들의 불평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결국 주민은 주민대로, 군인은 군인대로 서로 불신하고 불만이 쌓여 군∙민 갈등이 확산 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실정에서 금년 공동사설에서 ‘군대의 원민’이 먼저 언급된 것은 북한의 군민일치 운동이 주민들의 군대지원에 주안을 두어왔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다.
이는 ‘군사중시로 강성대국 건설’, ‘국방공업 최우선 보장’을 강조하면서 그간 한정된 국가 자원을 군사부문에 우선 투입함으로서 민간경제 부문이 극도로 악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북한 당국이 주민 생활고가 더 피폐해지면 체제유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는 공동사설에서 금년을 “인민생활 향상에서 전환의 해” 로 설정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북한 당국이 ‘군대의 원민’을 우선한 것은 이제는 민간부문 보다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군이 민간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아래 처방한 대증요법일 수도 있다. 이는 지난 10여 년간 국제사회의 지원 자금과 식량 및 물자가 군에 우선 공급되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탈북자들은 대북 지원물자들이 국제기구 감독자들 면전에서는 주민들에게 배급되었다가 나중에 도로 회수되어 군에 공급되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군의 대민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해마다 계속되는 자연재해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작년과 재작년, 또 그 전해에도 발생한 홍수피해를 제대로 복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군을 적극 동원하여 제방 쌓고 물길 내고, 논밭의 자갈∙토사 걷어내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일이 많겠나. 그것도 우리처럼 중장비가 동원되는 것도 아니고...
북한 당국은 이른바 ‘군민일치’가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외부의 수혈 없이는 경제회생이 거의 불가능한 현 상황에서 군민일치라는 미명하에 군∙민의 충성심과 노력동원만을 강요하는 것은 결국 군∙민 양자간의 보상 없는 희생만을 낳게 하고 군∙민간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며 이러한 악순환 고리는 확대 재생산되어 북한체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는 옛날 얘기에서 “백약이 듣지 않고, 시름시름 앓다가 어느 날 돌아갔다.” 라는 말을 많이 들어본 적이 있다. 지금 북한을 이에 비유한다면 틀린 말일까? 없는 살림에 군, 민을 짜고 또 짠다고 나올 것이 있는가. 가장 최선의 방도로,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이명박 정부’의 실용정책에 호응하여 하루 빨리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 시대를 맞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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