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감독, 우리 전설의 용을 새로이 승천시키다.
분류없음 2007/08/21 12:22심형래 감독, 우리 전설의 용(龍)을 새로이 승천시키다.
지난 일요일, 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그간 여러모로 알려진 영화 ‘D-WAR’ 를 보려고 모처럼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의 포스터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뱀(이무기)이 빌딩을 또아리 틀어 감고 옥상에서 혀를 날름거리고 있어, 이 영화의 스케일이 보통이 아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하였다.
영화 도입부에서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전생의 연(緣)을 서술할 때 우리 사극영화 아류인가 라는 의구심을 주는 듯하다가 나쁜(惡) 이무기(부라퀴)와 그 무리가 화면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우리 컴퓨터그래픽(CG) 수준에 입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부라퀴’ 군단의 괴수들이 우리의 정서와는 다르게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 워스’에 나오는 괴물들과 유사하여 다소 부담스러웠으나,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애초부터 미국시장을 겨냥하였다는 점에서 우리 고유의 도깨비나 불가사리를 내세우는 것보다는 더 효과적일 것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중반부에 이르러 ‘부라퀴’의 무리들이 남여 주인공을 잡으려고 LA시내를 휘저으며 추격할 때 ‘부라퀴’를 비롯한 괴수들의 움직임이 진짜 살아 움직이는 것 같고 짝 벌린 아가리와 혓바닥 날름거리는 것이 어찌 그리 생생하단 말인가. 거기다 화염탄이 날라 가는 것을 보면 그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듯 하였다.
‘부라퀴’가 도로에서 자동차들을 내치면서 지그재그로 주인공을 쫒는 장면은 진짜 뱀의 사행(蛇行)을 보는 것 같았고 또 도심에서 헬리콥터 편대가 빌딩을 감고 올라온 ‘부라퀴’와 벌리는 전투장면과 괴조(怪鳥)들과의 공중전 장면도 긴장감에 손을 쥐게 하는 등 헐리우드 영화와 비교해서 손색이 없었다.
또 좋은(善) 이무기와 나쁜 이무기 ‘부라퀴’와 벌리는 싸움 장면도 너무나 리얼하여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너무나 역동적이고 빠른 전개에 화면에서 상대 목을 물은 이무기가 좋은 이무기인지 ‘부라퀴’ 인지는 구분을 못했지만.
특히 좋은 이무기가 하늘로 솟아 허물을 벗고 용의 비늘과 다리, 수염 등이 생겨나는 장면은 신비감을 보여주는 기막힌 명장면이었다. 또 ‘부라퀴’를 앞발로 짓누르고 당당하게 수염을 휘날리며 서있는 장면은 압권 중에 압권이었다.
그저 어렸을 때부터 들어 온 “용이 승천하였다”라는 단순한 상상을 실제로 형상화하여, 은은한 후광 속에 계속 오르고 오르다 언제까지 오를 것인가 마음 졸이게 하다가 약간 옆으로 어두운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기막힌 연출로 몽환적 분위기에 휩싸이게 하였다.
이때 나오는 배경음악 아리랑은 또 얼마나 좋은가? “나를 두고 가시는 님은...” 하는 애절한 가락은 여주인공이 ‘여의주’가 되어 용으로 승천하면서 사랑하는 연인에게 다음 세상(來世)에서 만나, 못다 한 사랑을 이루자는 정한(情恨)이 아니겠는가.
비로서 영화가 끝이 났다. 나는 무언가에 압도된, 충격을 받은 듯한 진한 감동에서 정신이 멍한 상태로 그대로 앉아 있었다. 지금까지 알아보지 못했던 우리의 컴퓨터그래픽 수준이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지금 헐리우드 수준의 블록버스터를 우리도 만들 수 있다고 포효하고 있지 않은가.
마침내 심형래 감독의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면서 친근하고 인간적이며 거기다 신비스런 한국적 이미지의 용이 동양 ‘전래의 용’ 으로 승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심형래 감독의 ‘D-WAR’가 국내에서 개봉하자마자 폭발적인 관심과 화제를 만들어내면서 9월 중에 블록버스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개봉될 예정이라 한다. 1,500개관 이상의 개봉관을 확보한 첫 한국 영화라고 하는데 모쪼록 흥행에 성공하길 기원한다. 그리하여 우리 전설의 용을 전 세계에 새로이 승천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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